[알림] 박종호 :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 신규, 기간 변동, 장소 변동 등이 일어난 전시회입니다.

 

박종호 :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 설명

 

개요: 전시 > 서울 전시

기간: 2022.07.07.(목) ~ 2022.07.23.(토)

장소: 갤러리 자작나무

요금: 무료

 

세부 설명

 

눈을 떴다. 날이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 어제 어떤 깨달음에 매료되어 붓을 들었지만, 늘 그래왔던 습성처럼 어제와 같은 그림을 그려놓는다. 그러고는 그 독특한 깨달음 혹은 느낌을 제목으로 달아놓았다.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은 그 느낌과 그려놓은 그림 사이에서 잠시 머물다 떠나간 것이다. 습관의 힘에 씻겨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잃는다. 어제의 실패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은 극도로 느리게 흘러가지만, 바깥의 태양은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 나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의 균열이 시선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어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커튼을 걷어 둔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기로 했다. 밤사이 눈이 내려 있었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은 미끄럽지 않아 걷기가 수월하다. 매서운 한기에 옷깃을 여미며 이 시간에 과연 버스가 다니는지 알아보고 나올 걸 그랬나 후회가 들 때쯤, 첫차일지도 모를 버스가 도착했다. 보통 그렇듯 버스에 올라서면 몇몇의 시선이 느껴지다 사라진다. 버스에는 새벽일을 나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때묻은 백팩을 무릎 위에 두고 앉아 있었다. 손잡이를 움켜쥐거나 가방을 안고 있는 그들의 손은 구부정하고 작은 전체적인 모습과 달리 크고 강해 보여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몇 분쯤 흘렀을까, 한 소년이 버스에 올라섰다. 그 또래의 아이를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아이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표정으로 기사의 뒤편에 비어있던 좌석에 자리했다. 마르고 긴 체구에 얼굴이 창백할 만큼 하얬다. 입고 있는 낡고 얇은 남색 패딩점퍼는 새벽의 추위를 막아 줄 것 같지 않았지만, 그는 버스에 올라타는 여느 사람들처럼 몸을 움츠리지는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 버스 창에 시선을 두고 소년은 미동 없이 앉아 있다. 위에서 비추는 조명에 어깨 뒤가 해져 솜이 비죽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가 나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팝송이 들려왔다. 그 경쾌한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뒷문 쪽으로 와 내 앞에 섰다. 그는 세계의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결심한 듯 앞만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엔 내리면서 눈을 마주쳐 주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수년이나 지났지만, 그 순간이 잊히지 않고 종종 떠오른다. 어떤 장소도 담지 못한 그의 적막한 눈빛은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내쉴 수 없이 가슴에 차오르기만 하는, 앎의 세계에 흔적조차 없는 그 무한의 느낌을 안고 작업실에 도착했다. 내가 건네받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위해 애써 보았다. 그것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였고,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이 세상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이 시도 중에 작은 결론의 말이 잡음을 일으켰기에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소음일지 모르는 모순의 문장이 갑자기 나의 많은 것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그 문장을 건너뛰고 생각하던 것을 계속하려 했지만 지직거리던 문장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그것은 유일하게 주어진 찰나의 순간, 그에게 건네야만 했던 한 문장의 완벽해야 할 말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그날 나와 그 소년이 함께 들었던 낭만과 행복이 가득한 음악을 튼다. 붓을 들고 움직일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장소 설명

 

장소명: 갤러리 자작나무

전화번호: 02-733-7944

위치: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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